《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은 2001년 개봉한 코난 극장판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초고층 쌍둥이 빌딩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과 검은 조직의 암약, 그리고 폭파 탈출극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작품인데, 제가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줄거리 — 쌍둥이 빌딩에서 시작된 연쇄 살인
이야기는 아가사 박사와 소년 탐정단이 캠핑을 떠나는 평범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캠핑지 근처에 막 완공된 쌍둥이 빌딩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 날 방문했다가 모리 코고로와 란, 소노코 일행과 마주치게 됩니다. 토키와 그룹의 회장 토키와 미오가 모리의 대학 후배였던 덕분에 오픈 파티 초대까지 받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빌딩 안에는 이미 긴장의 씨앗이 뿌려져 있었습니다. 미오의 일본화 스승인 키사라기 호우스이는 제자를 보는 눈빛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시의원 오오키 이와마츠는 호텔 정식 오픈 전에 혼자 투숙하다가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단서가 바로 교살(絞殺)의 흔적과 벽에 걸렸다가 사라진 물건, 그리고 현장에 남겨진 깨어진 술잔입니다. 교살이란 끈이나 줄 등으로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으로, 이후 미오의 죽음과 직결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두 번째 피해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토키와 그룹의 이사인 하라 요시하키. 소년 탐정단이 방문했을 때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코난이 눈여겨본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혈흔이 완전히 굳은 뒤에 술잔이 놓였다는 점. 둘째, 컴퓨터 데이터가 통째로 삭제되었다는 점. 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범인이 두 명인 건가?" 싶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라는 검은 조직의 끄나풀이었다가 배신하고 오히려 조직의 정보를 빼돌린 인물이라 조직에게 먼저 제거당했던 것이었습니다.
세 건의 사건 모두에는 망가진 후지산 전경을 상징하는 술잔이라는 공통 모티프가 있었고, 코난은 이 흔적들을 단서 삼아 범인을 향해 서서히 좁혀 들어갑니다.
- 피해자 1: 시의원 오오키 이와마츠 — 쌍둥이 빌딩 건립을 위한 시 조례 변경에 기여한 실권자
- 피해자 2: 이사 하라 요시하키 — 검은 조직에 먼저 살해, 범인은 술잔만 남김
- 피해자 3: 토키와 그룹 회장 토키와 미오 — 오픈 파티 도중 피아노 줄 목걸이로 교살
결말 — 범인의 정체와 폭파 탈출극
오픈 파티가 한창이던 75층 연회장에서 토키와 미오가 쓰러집니다. 미오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의 줄이 어느 순간 피아노 줄로 바뀌어 있었고, 와이어에 연결된 그 줄이 끌어올려지면서 교살된 것입니다. 와이어 트랩(wire trap)이란 이처럼 줄이나 선을 이용해 미리 설치된 기계적 장치로 피해자를 살상하는 수법인데, 이 정도 계획성이라면 단순한 충동 범죄가 아닌 철저히 준비된 범행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검은 조직이 움직입니다. 빌딩 두 곳에서 동시 폭발이 발생하며 토키와 그룹의 메인 서버가 날아가고, 전기실이 파괴되면서 대규모 정전(停電)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코난이 번뜩 깨달은 건, 전기실 폭파의 진짜 목적이 데이터 탈취가 아니라 하이바라 아이를 저격하기 위한 시야 확보였다는 것입니다. 진이 어둠 속에서 조준한 대상은 하이바라와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소노코였고, 코난이 아슬아슬하게 눈치채면서 총알 한 발이 빗나갑니다. 하지만 그 탄환이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건드리면서 45층에 승강기가 멈추고, 탈출로가 하나씩 막히기 시작합니다.
60층과 45층에 있는 구름 다리(연결 통로)를 통해 반대편 건물로 넘어가려 했지만, 진 등이 다리를 파괴하면서 란과 코난은 45층에, 나머지 소년 탐정단은 60층에 각각 고립됩니다. 40층에서 번진 불이 45층까지 치솟자, 란은 코난을 끌어안고 소방 호스를 잡은 채 불길을 통과해 지상으로 탈출합니다. 이 장면은 제가 직접 다시 봤을 때도 손이 땀으로 젖었을 만큼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지상으로 내려온 코난은 60층에 고립된 하이바라 일행을 구하기 위해 반대편 건물에서 고출력 스케이트보드로 도약해 합류합니다. 구조 헬기가 옥상에 도착하는 듯했지만, 검은 조직이 옥상에 설치한 장치가 불을 지르고, 연회장에 시한폭탄까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최후의 탈출 방법으로 코난은 연회장의 스포츠카를 이용해 시한폭탄 폭발의 후폭풍(blast wave)을 추진력으로 삼아 반대편 건물 옥상 수영장으로 날아가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후폭풍이란 폭발 직후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와 기류로, 코난은 이것을 역으로 추진력에 활용한 것입니다. 하이바라는 거리와 속도 계산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코난은 폭발의 힘을 더하면 된다고 맞섰고 — 결국 아슬아슬하게 성공합니다.
범인의 정체는 일본화 화가 키사라기 호우스이였습니다. 그는 평생 후지산을 그려온 화가로, 노년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던 언덕에 집을 지었는데 쌍둥이 빌딩이 들어서면서 후지산이 가려지게 되자 범행을 결심한 것입니다. 범행을 인정한 키사라기가 음독자살을 시도하자, 코난은 마취총으로 이를 저지하며 정당한 죗값을 치르라고 말합니다. 이 한 마디가 어린 시절 저에게는 꽤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리뷰 — 레전드인 건 맞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재밌다"는 감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보니, 잘 만들어진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잘 만들어진 부분부터 말하자면, 전반부의 미스터리 구조가 탄탄합니다. 교살 수법의 일관성, 알리바이를 역이용한 범인의 연출, 하이바라가 언니의 자동 응답기에 몰래 전화하는 장면 등이 추리극으로서의 무게감을 제대로 살려냅니다. 특히 하이바라의 외로움이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검은 조직의 위협과 겹칠 때 감정 흡입력이 상당했습니다. 제가 이 극장판을 코난 시리즈 최고작 중 하나로 꼽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만 비판적으로 보면, 범행 동기의 설득력이 다소 약합니다. 연쇄 살인과 대규모 방화까지 감행하기에는, "후지산 전망이 막혔다"는 동기가 작품의 스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키사라기라는 노화가의 예술적 집념을 조금 더 서사로 풀어줬다면 납득도가 훨씬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은 검은 조직 파트의 소비 방식입니다. 하이바라를 저격하려는 진의 존재로 극도의 긴장감을 쌓아놓고, 정작 탈출극과 본격적으로 교차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됩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과 인물의 연결 방식 측면에서 검은 조직 파트와 살인 사건 파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한 점은 분명 옥의 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 국내 극장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평균 관람 만족도 조사에서 코난 시리즈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는데(출처: Animate Times), 그 이유를 이 작품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탈출극의 쾌감, 인물 간 유대감, 그리고 하이바라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은 코난 극장판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코난 시리즈의 서사 구조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다룬 학술 자료에서도 장기 연재 미스터리물의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출처: Anime News Network). 30년 가까이 이어지는 시리즈가 극장판마다 새로운 완성도를 유지해온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은 코난 극장판 몇 편인가요?
A. 2001년 개봉한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일본 원제는 《名探偵コナン 天国へのカウントダウン》이며,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되어 당시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Q.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의 범인은 누구인가요? (스포일러 주의)
A. 범인은 일본화 화가 키사라기 호우스이입니다. 쌍둥이 빌딩이 자신이 평생 그려온 후지산 전경을 가리게 되자, 빌딩 건립에 관여한 인물들을 차례로 살해했습니다. 특히 세 번째 피해자인 토키와 미오는 오픈 파티 도중 피아노 줄로 교체된 목걸이를 통해 교살되었습니다.
Q. 하이바라가 몰래 전화한 곳은 어디인가요?
A. 하이바라는 죽은 언니 미유키(시라쿠라 미유키, 코드네임 헬레나)의 목소리가 녹음된 자동 응답기에 전화하고 있었습니다. 테이프가 들어 있지 않아 검은 조직에게 노출될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진이 옆에서 도청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하이바라의 행선지가 조직에 알려지게 됩니다.
Q. 마지막 스포츠카 탈출 장면은 실제로 가능한가요?
A. 물리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건물 사이의 거리, 차량의 속도, 착지 충격 등을 고려하면 현실에서 재현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다만 폭발의 후폭풍을 추진력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극장판 특유의 과감한 연출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이바라가 현장에서 "불가능하다"고 계산한 것도 이 때문이었죠.
Q. 이 작품에서 검은 조직의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A. 검은 조직은 토키와 그룹 서버에 저장된 기밀 데이터를 탈취하고, 동시에 하이바라 아이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하라 요시하키는 원래 조직의 끄나풀이었지만 배신하고 조직 정보를 빼돌린 탓에 먼저 제거되었으며, 그 죽음을 키사라기가 자신의 범행인 것처럼 술잔으로 위장하는 구도가 이어졌습니다.
결론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은 추리, 액션, 감정선을 한 편에 욱여넣은 극장판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다시 봐도 전반부의 미스터리 긴장감과 하이바라의 감정선만큼은 매번 몰입이 되더라고요. 물론 범행 동기의 개연성이나 검은 조직 파트의 소화 방식은 지금 봐도 조금 惜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코난 극장판을 처음 접하시려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은 충분히 볼 만한 입문작입니다. 이미 시리즈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하이바라 중심 서사를 따라가며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 이후로 하이바라 아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게 코난 시리즈를 계속 찾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